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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주고 산 자동차인데 또 월 사용료? 자동차 업계에 번지는 구독 서비스

자동차를 구입하고도 특정 기능을 사용하려면 매달 돈을 내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Tesla FSD부터 BMW 열선시트 논란, 현대차 Features on Demand까지 자동차 업계에 확산되는 구독 서비스의 현재와 앞으로의 변화를 살펴봅니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우리는 보통 필요한 옵션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합니다. 열선시트가 필요하면 열선시트 옵션을 넣고, 고급 오디오가 필요하면 추가 비용을 내는 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이런 오랜 상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이미 구입했는데도 특정 기능을 사용하려면 매달 돈을 내야 하는 ‘구독 서비스(Subscription)’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Tesla의 FSD(Full Self-Driving, Supervised)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방식은 Tesla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대차를 비롯해 Mercedes-Benz, BMW 등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기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하드웨어를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제품’에서 ‘판매 후에도 계속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제품’**으로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란?

자동차 구독이라고 하면 자동차 자체를 매달 돈을 내고 빌리는 서비스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구독은 그것과 다릅니다.

자동차는 내가 소유하지만 특정 기능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매월 또는 매년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크게 두 종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 통신·온라인 서비스 구독

자동차가 외부 서버나 이동통신망을 계속 이용하는 서비스입니다.

실시간 교통정보, 위성지도, 음악 스트리밍, 차량 원격제어, 실시간 카메라 확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서비스는 자동차 회사도 통신망과 서버를 계속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비교적 구독료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Tesla의 Premium Connectivity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캐나다에서는 현재 월 C$13.99에 제공되며 실시간 교통정보, 위성지도, 음악·비디오 스트리밍, Sentry Mode의 실시간 카메라 확인 등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2. 자동차 기능 자체를 구독

논란이 되는 것은 두 번째입니다.

자동차에 이미 카메라, 센서, 모터 또는 기타 필요한 하드웨어가 장착되어 있지만 소프트웨어로 기능을 잠가놓고, 돈을 내면 그 기능을 활성화해 주는 방식입니다.

이를 자동차 업계에서는 **Features on Demand(FoD)**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자동차에 기능은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하려면 돈을 내십시오.”

라는 개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

사례 ① Tesla FSD

현재 가장 잘 알려진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Tesla의 **FSD(Full Self-Driving, Supervised)**입니다.

2026년 8월 현재 캐나다에서 FSD는 C$99에 구독할 수 있습니다.

FSD를 활성화하면 운전자의 지속적인 감독 아래 차량이 경로를 따라 주행하고, 차선을 변경하고, 교차로에서 좌·우회전을 하고, 자동주차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름에 Full Self-Driving이 들어가 있지만 현재 완전자율주행 자동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운전자가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할 때 즉시 개입해야 하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Tesla가 이제 FSD를 신규 구매자에게 일시불 판매가 아닌 월 구독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사용하는 동안 계속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월 C$99를 5년간 계속 사용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약 C$5,940입니다.

10년이면 C$11,880입니다.

자동차 가격과 별도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례 ② BMW 열선시트 논란

자동차 구독 서비스가 항상 소비자에게 환영받은 것은 아닙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가 BMW의 열선시트 구독입니다.

일부 국가에서 BMW는 열선시트 하드웨어가 이미 설치된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로 기능을 제한하고, 돈을 지불하면 이를 활성화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내 돈 주고 산 자동차에 이미 설치된 열선시트를 왜 또 돈을 내고 사용해야 하는가?”

라는 반발이 나왔습니다.

결국 BMW는 2023년 열선시트 구독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이 사례는 자동차 회사에도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소비자들이 모든 기능의 구독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자동차에 이미 물리적으로 설치되어 있고 기존에는 당연히 차량 가격에 포함됐다고 생각했던 기능에 다시 사용료를 요구할 경우 거부감이 매우 커질 수 있습니다.

사례 ③ Mercedes-Benz는 자동차 성능도 소프트웨어로 바꾼다

Mercedes-Benz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사례를 보여줍니다.

일부 전기차에는 Acceleration Increase라는 디지털 업그레이드가 있습니다.

자동차의 모터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존 전기모터가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캐나다 Mercedes-Benz의 현재 Digital Extras 약관에도 전기차의 Acceleration Increase가 유료 Permanent Enhancement, 즉 일회성 비용으로 활성화하는 영구 기능의 예로 명시돼 있습니다.

현대차도 ‘Features on Demand’ 시작

현대자동차 역시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Bluelink Store를 통해 구독 서비스와 Digital Features & Services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에서는 2025년 8월부터 IONIQ 9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디지털 기능 판매를 시작했고, 현재 대표적인 기능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Virtual Gear Shift

전기차이지만 마치 내연기관 자동차의 기어를 변속하는 것처럼 소리와 진동, RPM 변화 등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기능입니다.

Lighting Patterns

차량 외부의 픽셀 조명을 이용해 다양한 웰컴 및 조명 패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Display Themes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화면과 실내 분위기를 다른 테마로 바꿀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IONIQ 9을 시작으로 이런 Digital Features & Services를 앞으로 다른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현대차 역시 자동차를 판매한 후 Bluelink Store에서 추가 기능을 다운로드하고 구매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산 뒤 App Store에서 앱을 구입하는 것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왜 구독 서비스를 좋아할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동차 한 대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자동차 회사의 사업 구조는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자동차를 생산합니다.

→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입합니다.

→ 자동차 회사는 판매 수익을 얻습니다.

→ 몇 년 후 소비자가 새로운 자동차를 구입할 때 다시 수익을 얻습니다.

하지만 구독 모델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자동차 판매

→ 자율주행 구독

→ Connectivity 구독

→ Entertainment 구독

→ 새로운 디지털 기능 판매

→ 성능 업그레이드

→ 기타 소프트웨어 서비스

이런 식으로 자동차를 판매한 이후에도 몇 년 동안 계속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사업 모델입니다.

소비자에게도 장점은 있다

그렇다고 구독 서비스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장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입할 당시에는 자동주차 기능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몇 년 뒤 필요해졌다고 생각해 봅시다.

예전 같으면 해당 기능이 있는 새 자동차를 구입해야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하드웨어가 이미 자동차에 있다면 앱에서 기능을 구입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확실하지 않다면 자동차를 살 때 수천 달러짜리 옵션을 미리 구입하지 않고 한두 달 사용해 본 뒤 계속 사용할지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Tesla FSD처럼 계속 개발되고 업데이트되는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도 구독 방식에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면이 있습니다.

중고차 시장에도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더 재미있는 문제는 중고차입니다.

앞으로 중고차를 살 때는 단순히,

“이 자동차에 어떤 옵션이 들어 있습니까?”

만 확인해서는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기능은 자동차에 귀속됩니까, 아니면 이전 소유자의 계정에 귀속됩니까?”

를 확인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Tesla의 월 구독 FSD는 이전 소유자가 구독하고 있었다고 해서 다음 소유자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새 소유자는 자신의 Tesla 계정으로 다시 구독해야 합니다.

반대로 일회성으로 구입해 차량 자체에 귀속되는 기능도 있을 수 있습니다.

Mercedes-Benz Canada의 경우 Permanent Enhancement로 구입한 기능은 차량의 수명 동안 유지되고 이후 소유자에게도 이어진다고 약관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중고차의 가치를 평가할 때 하드웨어 옵션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까지 확인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는 이제 ‘기계’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이 변화의 근본적인 이유는 자동차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자동차의 가치는 엔진과 변속기 같은 기계장치가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대에는 배터리, 모터뿐 아니라 카메라·센서·컴퓨터·운영체제·AI·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도 자신들을 단순한 제조업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회사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를 구입한 뒤에도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이미 자동차에 들어 있는 기능까지 소프트웨어로 잠가놓고 계속 돈을 요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BMW의 열선시트 구독이 거센 반발을 받은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결국 자동차 구독 시대의 핵심 질문은 이것일 것 같습니다.

“내가 자동차를 샀다면, 도대체 어디까지가 내 것일까?”

앞으로 자동차 업계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